누군가 보고 있다

누군가 보고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방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뿐이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볼 때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친
나밖에 없었는데
내가 따라 나와
나를 보고 있는 걸까?

거울 속의 나는
내가 볼 때만 나를 본다.
(내가 보지 않을 때도 나를 보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보지 않기 때문에 나는 모른다)
누가 말해주기 전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말해주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확신하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다

방 안을 둘러본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도 그렇고
믿지 않기도 그럴 때
벽에 걸려 있는
내 視線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내 눈을 본다.
내 눈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내 사진을 본다.
내 사진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나를 본다.
나는 나를 보고 있다
내 눈은 내 눈을 본다.
내 눈은 내 눈을 보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면서 모르는 사이에
어저께도 보고 있었고
그저께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방에 들어갈 때마다
몇 번이고, 방에 들어갈 때부터
방에서 나올 때까지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사진기를 보던 눈으로
사진사를 보던 눈으로
사진사 뿐 만 아니고
나 뿐 만 아니고
방에 들어왔던 모두를
방안에서의 행동 모두를
소리 없이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쪽으로 가면 이쪽으로 보고
저쪽으로 가면 저쪽으로 보고
눈을 감아도 보고
동시에 두 사람을 보고
동시에 세 사람을 보고
동시에 열 사람을 보고
앉으면 앉은 사람을
서면 선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 뿐 만 아니고
방에 있는 모든 가구를 옷가지를
달력을 벽시계를 다른 벽을
창문을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과 달빛과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보고 있다
한 순간의 초점이
이미 멈춰 버린 한 순간이
지나가 버린 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는 매 순간을
다가오고 있는 매 순간을
자신이 찍힌 대로 찍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