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와 우울

<밴쿠버는 천당일까?>
밴쿠버하면 천당 밑의 999당이란 별명이 붙어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하다. 나아가 밴쿠버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손가락 세 개 안에 드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지난 2018년은 6위였지만…) 하지만 밴쿠버의 아름다움 그 이면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울이란 녀석이다. 마치 밴쿠버의 봄과 여름의 아름다운 계절이 이에 이어지는 가을과 겨울의 비 오는 어두움의 계절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간혹 밴쿠버에서 만나는 한국 분들 중엔 가을과 겨울의 비 오는 날이 좋아 이민을 왔다는 분들도 계시긴 하다. 비 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멋진 클래식 음악에 취해 따스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따스한 정취 이전에 우울로 인해 일어난 심각한 밴쿠버의 비극적인 사건들이 뇌리에 떠올려진다. 우울과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유학생들의 자살, 자신의 우울로 인해 아이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여인의 이야기 등등… 하다못해 몇 년 전에는 우울로 고생하는 여인에게 자살을 권한 사람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으니….

<우리의 현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을 그저 왔다가 가는 마음의 감기라 표현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 치부하기엔 우울은 너무도 심각한 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5%가 일생에 한번 이상 우울을 경험하며 우울증 환자의 약 10%가 자살 및 가족동반사망으로 그 생을 고한다고 한다.
2017년 한국의 우울증 진료인원은 68만천 명으로 전체인구의 1.5%라고 하니 이 통계치만 보더라도 그저 감기로 가볍게 넘기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캐나다의 경우 2009년과 2010년에 우울과 불안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은 사람 수가 3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0%라고 하니 정말 많은 이들이 이 우울이란 놈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울이란?>
우울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울하고 슬프고 자신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깊은 절망에 빠진 상태로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만사가 귀찮아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든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커튼을 닫아 버린 채 일어나지 못 하고 어두침침한 방구석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지내는 상황이라 설명할 수도 있다.

<혹 내가 우울증에?>
따스한 봄이 갔고 아름다운 여름은 사라져 가고 있으며 메이플의 가을과 비내리는 겨울로 상징되는 우울의 계절이 밴쿠버에 다가와 있다. 일조량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계절성 우울증을 떠나, 기력과 의욕이 없고 우울과 불안 그리고 기억력 저하로 고생하고 있으며 복통이나 두통과 같은 신체적인 아픔을 체험하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할 것이다. <난 우울이 아닌가?>하고 말이다. 또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의 지인이 이런 증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성격적인 문제로 간과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스스로에게 물어 볼 일이다. 많은 경우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과제와 일상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이를 게으름이나 우유부단함 혹은 연약함과 같은 성격으로 해석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결코 성격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울은 병이기 때문이다.

<우울은 자실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한국은 40분 마다 한 명씩 자살하고 자살자 3명 중 한 명이 바로 이 우울로 인해 삶을 포기하고 있다.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혹은 아는 지인이 위와 같은 우울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 환경이 바뀌면 좋아질 것이라거나 성격을 고쳐야 한다는 단순하고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극복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울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자살에 이르게 하는 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