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과 정신건강

잠을 깨워주는 <AI스피커>!
주변에서 AI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잠에서 깨워 주고, 전화를 걸어주고, 나의 명령에 따라 파스타 레시피를 찾아주는, 즉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기기들과 연결하여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똑똑한 인공스피커!
증기, 전기, 컴퓨터와 인터넷을 지나 지금의 제4차 산업은 AI, 사물인터넷, 로봇 그리고 생명공학으로 대표된다. 이것들이 우리에게 선물해 주는 놀라운 신세계를 우린 앞으로 하나 하나씩 체험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가정용 로봇을 포함해 자율주행자동차, AI 의사, 수술용 로봇, AI 교사, 등, 과학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용도의 AI로봇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그 이전에 누려보지 못한 크나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4차 산업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혜택만을 주는 것일까?
이를 통해 인간에게 발생할 새로운 문제점들은 과연 없을까? 몇 가지만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로봇들이 쳐들어왔다!>
4차 산업의 발달과 함께 발생하는 문제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직업들의 소멸이다. 현 직업의 65%가 앞으로 없어진다고 하니 문제 중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또 다른 문제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어 인간 세계를 지배하고 무기화 되어질 수 있는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의 오류로 인해 생겨나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제어하고 풀어내는 것에 관한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다. 전문가들의 예상에 의하면 2045년 정도에는 아니, 그 이전에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게 된다고 하니 위에 열거한 일들은 시간의 빠름과 함께 우리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큰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측면에서 4차 산업이 인간의 삶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꼽아 본다면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문제와 잉여시간의 활용에 대한 것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도 컴퓨터랑 할려고?>
과학의 도움으로 인간에게 인간없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가능성들이 너무도 많아지게 되었다. 병원에 가도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AI의사를 만나 진단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엄마에게 전화 걸어 김치찌개 끓이는 것을 물어보기 보다는 AI스피커 도움으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상황 하에서 다른 인간과의 관계 맺음은 소원해질 수 있으며 인간관계의 단절을 체험하게 되는 부정적인 일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혼자인 인간에게 대두되는 문제는 사회성의 결여와 우울,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의미 상실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야기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가상체험 <어제 이순신장군을 만났어.부럽지?!>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많은 자유스러운 시간을 소유하게 되었고 이 시간을 노동 아닌 다른 것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놀이문화>가 아닐까 한다. 인간학에서 인간을 규정하는 정의 중 가장 울림이 큰 것은 <Homo Ludens>란 표현이다. 즉, <유희하는 인간>, 혹은 <놀이하는 인간>이란 정의다. 다른 생명체와 비교해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즐거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춤추는 인간>, <노래하는 인간>, <운동하는 인간> 등과 같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종합해 표현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놀이>와 관계해, 3차 산업을 지나면서 <쳇하는 인간>, <컴게임 하는 인간>이란 표현도 함께 첨가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4차 산업시대에는 여기에 더해 <가상세계 인간>이란 표현을 하나 더 포함시켜도 무방할 것 같다. 컴의 도움으로 가상세계에서 놀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된 곳을 인간의 놀이터로 체험할 수도 있으니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즐거움은 인간을 다양한 중독과 분노조절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이라 간단히 표현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상세계중독>이란 새로운 병명도 나오지 않을까란 걱정의 걱정을 해본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환상과 망각 증세를 동반한 조현병 증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통이 사람을 살린다!>
인간관계에서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Homo homini lupus est>란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와 같은 존재>란 표현이다. 그러나 이 인간이 인간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보다 인간과의 직접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근원을 찾아보면 결국 <소통>의 문제다. 상담 안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어린 시절 체험한 부모와의 부정적인 소통을 고백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모두가 컴퓨터를 보고 있고, TV를 보고 있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 <너>를 볼 시간이 없어져 버렸고 그래서 우리가 함께<com> 하나<unitas>가 되는 방법<communication>을 상실해 버렸다. 4차 산업시대는 인간과의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윤리적인 타락과 중독과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들로 점철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의 건강한 소통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