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노인회 록키 온천 효도관광
밴프가 있는 캐나다 록키는 세계적 관광지이다. 지난해 420만 명이 찾은 천하의 명산이다. 지도상으로는 밴쿠버 가까이 위치했지만 큰맘 먹지 않으면 쉽게 가기 어렵다. 밴프 국립공원을 여러 번 가본 사람도 있지만 이민 와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여러 번을 가보았던지 처음 찾든지 밴프는 언제 가도 신나는 곳이다.
6월10일부터 13일까지 3박4일 동안 다녀온 록키 온천 관광은 여러 면에서 여행의 참 맛을 안겨준 행복한 여정이었다. 밴쿠버 노인회가 주최하고 한인 신협이 후원한 이번 효도관광은 50명 정원이 3일만에 예약이 끝났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특히 OK투어에서 아주 안전하게 일정을 안내해 주었다. 특히 관광버스의 경우 좌석 안전 밸트를 새로 장착하여 여행길을 한결 안심하게 만들어 주었다.
6월10일 밴쿠버를 출발하여 호프와 캠룹스를 거쳐 레벨스톡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50명이 떠난 단체 관광이지만 남녀의 성비가 맞춘 듯이 엇비슷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산 이질적인 사람들이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처럼 서로 화기애애했다.
어느 누구도 불협화음을 내며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았다. 서로 배려하고 서로 격려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떤 이는 양희은의 상록수나 노사연의 만남 같은 악보를 복사해 와서 함께 따라 불렀다. 노인들의 꿈이 담겨 있는 [내 나이가 어때서]는 수도 없이 많이 불렀다.
흘러간 청춘을 돌려달라고 애소하듯이 목청껏 부르며 좋아했다. 특히 관광 가이드가 기타를 반주해서 흥을 돋우었다. 또 어떤 이는 시간 날 때마다 공원이나 공터에 둘러서서 스트레칭, 체조를 하거나 요가를 하도록 지도하여 여행길의 피곤함을 덜어 주었다. 또한 긴 여정에 지친 회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격려하며 응원하는 분도 있었다.
레벨스톡에 도착하기 전에 캐나다 대륙 횡단 기차선로의 마지막 못을 박은 것을 기념하는 지점이 있다. 1885년 11월7일, 아침 9시22분 동부에서 온 선로와 서부에서 건설한 선로가 마지막 연결되는 지점에 마지막 대못(The Last Spike)를 박았다. 이렇게 해서 캐나다는 철도로 동서가 연결되었다. 당시 기념식에 캐나다 총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날씨 때문에 여행 중에 오타와로 돌아갔다. 기념식의 공식 사진가도 오지 못했으나 위니펙에서 온 사진가 알렉산더 로스씨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당시 은으로 만든 마지막 대못은 현재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문명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6월11일은 래디움 핫스프링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래디움 온천은 95번 하이웨이와 93번 하이웨이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온천수는 유황 온천이다. 원래 섭씨 44도의 수온으로 솟아나지만 워낙 뜨거워서 39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노천 온천이기 때문에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주변 경치를 보면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겨울철에는 눈을 맞으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우리들이 찾아간 날은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래디움 온천은 하루 종일 머물면서 쉬고 싶은 곳이었다. 나도 과거 스칸디나비아에서 살 때 주변의 좋다는 온천장을 많이 다닌 경험이 있다. 래디움 온천은 비교적 단순하고 꾸며지지 않았지만 주변 풍경과 온천수의 질을 따지면 세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날 오후에 우리는 밴프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일단 시내를 둘러보고, 웅장한 밴프 스프링스 호텔과 그 주변의 강과 폭포를 구경했다. 7월과 8월에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떠는 곳이지만 6월 중순이라서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밴프는 주변에 야생동물이 많아서 곰이나 노루, 사슴이 시내쪽으로 내려와서 구경거리를 더하기도 한다. 저녁은 한국 식당 서울옥에서 감자탕을 먹었다.
한인 신협과 오케이 투어측의 후원으로 최고급 호텔에서 지낼 수 있었다.
밴프는 1954년 개봉된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 River of No Return]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마릴린 먼로는 1953년 6월에 로버트 미첨과 함께 와서 영화를 촬영했다. 당시 로버트 미첨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문제를 일으켰고, 마릴린 먼로는 발목을 삐어서 며칠 동안 밴프 스프링스 호텔에 머물렀다.
밴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천 유황 온천에서 또 다시 온천을 즐겼다. 해발 1,585미터의 고도에 자리 잡은 밴프 온천은 규모 면이나 주변 경관으로 보나 세계적인 곳이었다. 특히 유황과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치료의 효과가 있다. 신경통, 관절염에 특별히 효과가 있어 관광객들이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는다.
온천을 마친 후에 밴프가 자랑하는 루이스 호수와 요호 국립공원 등을 돌아봤다. 겨울에 가면 얼음과 눈으로 덮여서 호수의 진풍경을 볼 수 없다. 그러나 6월 중순이라 코발트색 아름다운 물빛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마치 우리들을 반갑게 기다린 것처럼 아름다운 물빛과 풍경의 웅장함을 선사했다. 총총한 침엽수림 속에 오롯이 얼굴을 내미는 루이스 호수나 요호 국립공원의 호수는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천상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과 호수를 지닌 캐나다는 지상의 복 받은 나라임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록키 온천 3박4일의 관광을 마치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여행 중에 날씨가 너무 좋았으며 관광 가이드와 버스 운전기사까지 신뢰가 가는 알찬 여행이었다.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것 없는 만족스런 일정이었다. 사람마다 화기애애했다. 이동 중에도 민첩하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여행이란 어느 것이나 신나는 것이다. 살아가는 복잡한 일상의 자락에서 벗어나 근심도 잊어버리고 걱정도 다 잊는다. 아름다운 대자연, 투명하고 아름다운 천상의 물빛을 구경하며 며칠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사람의 행복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밴쿠버 한인 노인회 록키 온천 관광은 여행의 기쁨을 안겨준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