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택견의 마음을 품다

해오름한국문화학교 교장 박은숙

 

‘이크, 에크’ 기합소리가 온 마당에 퍼진다. 강함과 유연함이 그림자처럼 원을 중심으로 정과 동이 교차한다.김영훈사범과 함께하는 올해 해오름 가족의 택견시간,자그마한 키에 어우러진 엷은 미소가 흰 택견복을타고하회탈처럼 웃고 있다.낯설지만 가깝고 여리지만 강인한 한국인의 기개가, 품성이 김영훈사범에게서 느껴진다.
그 동안 한국문화의 기운을 덧입은 탓인지 이미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낯설지 않게 한 동작,한 동작 웃음과 구슬땀으로 동작에 몰입한다.나는 몇 번 택견을 접해봤지만 영 어설퍼 자꾸 뒤꽁무니를 뺐는데,오히려 부모와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한국전통 무술에 나비처럼 손과 발을 내맡긴다.버드나무의 능청스럽도록 휘청이는 곡선이 오금과 무릎 사이로 탄력을 받으며 굼실대는 동안 단전으로 내뿜은 ‘이크,에크’ 기합소리는 가무악을 부르는 몸짓이다.김영훈사범이 기본 품새 시범을 보이는 동안 교사들은 북장단으로 구름을 타는 듯한 뭉실거림으로 합세하고 아이들과 부모님은 리듬에 몸을 실어 넘실대는 택견마당에 삼태극이 감실거린다.
태껸은 2011년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간 전통 무예다.첫 발자국을 떼는 것이 뭔가 어렵고 낯설다는 느낌을 벗어 버리고 자연이 주는 만물의 소리와 리듬을 온 몸에 싣는 동안 주방에서는 자원봉사자 이옥순 어르신의 우거지 된장 수제비가 구수하게 넘실넘실 코를 발름거리게 한다.에구!! 냄새에 코를 뺏긴 순간 손과 발이 꼬이기 시작한다.손은 허공을 자르듯 활개짓으로 기를 모으고, 음!! 왼쪽,오른쪽,앞으로 뒤로 품 밟고 “이크’ 기합에 단단해지는 배꼽.ㅎㅎ.3박이 고무줄처럼 늘어 4박이었다 2박이었다 어리둥절 넘어가는 사이 어느새 3박의 리듬을 되찾는다.다시 두 줄로 나열하여 택견 게임으로 웃음 한 번 몰아넘기고 원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휘청이던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잡는다.
유년기의 아이들이 10년이 넘는 동안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말수가 적어지고 자신의 정체성과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양부모님의 역할도 막중하고 신중하기 마련이다.그간 중점적으로 다뤘던 한글교육이나 음식문화교육보다 자신의 정체성 함양과 정서적 소양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학생에서 이제 직장인이 된 자원봉사 교사들의 역할도 단단하게 아물고 영글어 간다.정적인 활동보다 동적인 활동을 통해 땀을 흘리고 교사와 부모와의 스킨쉽을 통해 공감하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거리적, 공간적 사유가 필요한 즈음 시작된 택견은, 아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감싸 앉았다.아이들의 한국인 기질은 부모님을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10여년 아이들과 함께한 교사들은 부모의 마음을 닮아가고 있었다.학교의 학생과 부모와 교사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포용하고 서로 닮아간다.그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택견의 기본 포용의 정신이고 극복의 동작이자 태극의 정신에 스며드는 순간이다.허공을 가로지르는 활개짓을 타고 도약하는 우리는 캐나다 속의 한국인이다.